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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개발을 맡긴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를 제대로 처음 해보고 느낀점그냥 생각들... 2023. 8. 12. 11:40
굿 럭 오 나에게도 외주라는 것이 들어왔다.
웹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그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꾸준하게 배우고 뭔가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약 2달 전 즈음에 처음으로 나에게 일을 맡기는 연락이 와서, 얼떨결에 프리랜서로 웹 개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개발자로서 아직 이렇다 할 큰 경력이 없는 나를 믿어주신 것에 감사하여, 열심히 디자인과 개발을 진행했다.
그저 형식적인 웹사이트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최대한 클라이언트와 나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의 웹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어놓고 싶었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 일에 대한 의욕이 굉장히 높은 상태이다.)
이러한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과정에서는 일단 내가 이해하고 있는 상황과 클라이언트가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 일치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서로가 생각하는 작업의 모습, 심지어는 서로가 이해하는 용어의 정의마저도 굉장히 다른 경우가 많다. 당연한 것이지만,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깔끔하게 서로의 이해상황을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튼, 이 글은 디자인과 개발이라는 분야에서 처음으로 일을 받아서 소통을 진행해 본 뒤에 생각이 들었던 것(들)을 뒤늦게 더듬어보면서 정리하는 글이 될 것 같다.
효율적 소통
TMI 금지
첫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제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는 바람에 내가 했던 하나의 실수는, 너무 기술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전에 스튜디오를 운영하시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클라이언트에게 나의 디자인 혹은 컨셉을 설득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가 많이 보였었다. 이를 설득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없으면, 작업물에 나의 만족도는 점점 그 영역이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로 기억된다. 이러한 이야기가 머리에 남아있던 나는 클라이언트에게 내 아이디어가 거절당하는 것이 싫어서, 정말 세세하게 설명하여 납득시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문제는, 너무 TMI가 많았던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만들어나갈 웹사이트가 어떤 기술 (또는 프로그래밍 언어)을 사용하게 될지, 이 기술을 사용했을때의 장점이 뭔지, 또는 어떤 식으로 구현하게 될 것인지 등등을 모두 설명하고자 했다. 이건 잘못 접근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개발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이건 수월한 대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클라이언트가 개발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거나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얘기한 기술적 내용들은 큰 의미가 없는 말들이었을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와 나의 대화에서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는 대화의 기준들이 어느정도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개발할 웹사이트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면, 클라이언트의 상상력에 들어맞는 표현으로 번역하여 설명해줘야 한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 공학과 입학한 첫날의 나 자신을 떠올리면서 설명해야 한다.
기술적 부분에 대해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지는 말자. 에너지에는 총량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팅을 진행하는 데에도 에너지의 총량이 있다. 클라이언트에게 기술적 내용을 너무 깊게 설명하려고 한다면, 나도 클라이언트도 모두 큰 의미가 없는 곳에 에너지를 쏟아붓게 될 수도 있다.
보여줘…
그런데 문제는, 말로 설명하려다 보면 기술적인 내용을 자꾸 얘기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점점 클라이언트와 나 모두의 에너지는 고갈되기 시작한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뭔가를 보여주는 게 낫다. 사람의 상상력은 각자 다르다. 10명의 사람에게 ‘이쁘게 생긴 사과’를 생각해 보라고 하면, 비슷하지만 디테일은 다 다른 사과를 떠올릴 것이다. ‘멋진 웹사이트’라고 해고 마찬가지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에, 처음에 말로 전체적인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에는 클라이언트도 납득을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내가 UI 디자인을 완성해서 다시 보여줬을 때, 클라이언트와 내가 상상하던 디테일이 꽤 차이가 나는 바람에 그 지점에서 수정이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초장부터 시각적인 무언가를 제시해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말로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시각적인 무언가를 보는 것보다 직관적일 수는 없는 것 같다.
정리
자 일단 이번에 느낀 점은 두 가지.
클라이언트와 소통할 때에는,
- 기술적 TMI는 최소화하자.
- 어지간하면 말보다는 보여주는 것으로.